2019년 EBS 다큐프라임 인류세 편이 방송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인간이라는 존재 하나로 인해 얼마나 많이 파괴되고 있는지 집요하고 즉시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이 다큐멘터리 내용을 담은 책 '인류세: 인간의 시대'입니다.
인류세: 인간의 시대
이 책 '인류세: 인간의 시대'는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이 지구 곳곳의 인류세 현장을 누빈 기록들입니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같은 풍부한 사진들까지 더해지면서 흥미를 돋웁니다. 영상이 하나의 주제에 따른 이야기 전개라고 한다면, 책은 전체를 아우르는 전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책은 총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인류세란 무엇인가를 얘기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멸종의 현장을 이야기합니다. 세 번째 장에서는 플라스틱이 지구를 망치고 있는 현장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을 평면에 균일하게 펴보면 아르헨티나를 발목 높이로 뒤덮을 정도이고, 북태평양에는 텍사스의 2배, 프랑스의 3배, 대한민국 면적의 15배 크기의 거대 쓰레기 지대가 있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입니다.
다음으로 대한민국의 인류세 현장들도 담고 있는데, 미세먼지로 뒤덮인 서울, 고무줄을 먹는 울산 태화강변의 떼까마귀, 플라스틱 라벨을 먹고 죽은 서해의 바다거북, 전국 곳곳에 방치된 쓰레기 산들을 보며 결국 저 모든 것이 우리 몸으로 들어오게 될 거라는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인류세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지구의 절반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지구의 절반 운동이 소개되고 우리가 대멸종을 향해 가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대멸종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EBS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팀
너무 강력해져 자기 자신을 포함한 지구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힘을 갖게 된 한 생물종이 지배하는 시대, 인류세. 인류세의 인간과 자연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이 시대는 어떻게 최후를 맞이할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남기게 될까? 이 질문들의 답을 찾아서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은 전 세계 곳곳을 방문하고 에드워드 윌슨, 재러드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석학들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그렇게 2년의 제작 기간, 10개국 현지 촬영 끝에 3부작 다큐멘터리 '인류세'가 완성되어 2019년 방송되었습니다.
'인류세'는 2019년 4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다큐멘터리 콘텐츠 마켓 MIPDoc에서 2만 개 이상의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이 본 콘텐츠 9위를 차지하면서 인류세라는 주제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습니다. 2020년에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대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최평순
환경,생태 전문 PD. EBS에서 '하나뿐인 지구', '이것이 야생이다' 시리즈, 다큐프라임 '긴팔인간', '인류세'를 연출했습니다. 특히 유인원 기번의 생태를 다룬 '긴팔인간'은 IWFF 국제야생영화제, VAASA 국제환경영화제 등에 초청됐으며, '인류세'는 SFF 과학영화제, 시네마베르데 환경영화제 경쟁 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 현재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연구원으로도 활동하며 5부작 다큐멘터리 '여섯 번째 대멸종'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인류세,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인간과 자연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인간 활동으로부터 발생되는 환경오염 문제들이 지구 전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류세(Anthropocene)는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의 역사에 뚜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나타내는 새로운 지질학적 용어입니다. 지질시대 구분상 현세인 신생대 제4기와 홀로세 사이에 위치하는 시기로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류 문명의 발전 양상을 반영하기 위해 새롭게 명명된 지질시대입니다. 즉,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량 증가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급증, 무분별한 개발, 소비 행태 등으로 인해 초래된 생태환경 파괴 행위가 결국 오늘날 21세기형 신인류라 불리는 인류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책 "인류세: 인간의 시대"는 사실 익숙하지 않은 인류세라는, 지질시대의 개념을 통해 인류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인류는 모든 면에서 파멸로 달려가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책의 목적은 단순히 새로운 과학지식을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개인적 성취보다는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과학자의 연구 과정에서, 다음 세대를 걱정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바다거북과 새와 낙타의 모습에서, 개발로 변형된 정글의 생태계에서 서서히 멸종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오랑우탄의 얼굴에서,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류라는 생물종이 지구 환경 전체를 바꾸고 있는 인류세. 후세에 바라본 인류세의 모습이 처참하지 않도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