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률 26%, 쌀과 밀 등 주요 곡물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밀가루는 자급률 1%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 이처럼 국내 생산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매년 기상 이변 및 자연재해로 인한 생산량 감소 문제가 반복되고 있으며, 국제 곡물가격이 오를 때마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식량 공급망이 붕괴되며 식량안보 개념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지금, 이제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식량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한 책 ‘식량위기 대한민국’을 소개합니다.
식량위기 대한민국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어떤 지구를 맞이하게 될까요? 너무 덥거나 추워서 화들짝 놀라는 일도 많아지고, 가뭄과 태풍이 찾아오는 날도 부쩍 늘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 식량 최대 수출 지역 중 두 곳 이상에서 2년 이상 흉작이 들면서 세계 식량난이 크게 고조되는 경험을 겪을 것입니다.
'식량위기 대한민국'은 한국 최초로 기후변화와 식량난을 같이 풀어낸 책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지식과 함께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기온 1.5도의 상승이 우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후변화로 일어날 식량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한국은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을지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의 탄소중립에 이르는 여정과 온실가스로 촉발된 생태계 붕괴를 벗어나는 방법을 살펴보고, 한국이 직면한 위기 앞에 식량 안보와 농업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기후정의가 무엇인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실현 가능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남재작
유엔 기후변화 전문가이자 코이카 농업 ODA 전문가인 남재작은 농특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등 정부의 기후 및 농업 관련 기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농학자로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코이카 농업 ODA 전문가로 개발도상국의 식량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농촌개발사업을 기획했으며, IPCC 제4차 보고서 승인 회의,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의 한국 정부 대표단으로,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 인증 심사위원으로, 농업 분야 CDM 전문가로 자문 활동과 강의를 통해 한국 기후변화 대응 사업들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위기, 식량 대란, 식량 주권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며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의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 그는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안보, 식량 주권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독자들과 함께 찾고자 이 책 '식량위기 대한민국'을 저술하였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그는 탄소중립과 식량 안보 없이는 더 나은 미래를 논할 수 없는데, 특히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은 한국은 이 위기에 가장 취약함에도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10여 년 동안 유엔 국제회의 참석, 코이카 농업 ODA 전문가 활동 등 다양한 국제 경험을 토대로 기후변화가 초래한 생물 다양성 붕괴와 식량 위기를 살펴보고 대안으로 제시된 여러 경로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일례로 저자는 탄소중립에 이르는 여정은 당연히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육식을 줄이고, 비행기를 타는 여행을 줄이고, 물 사용량을 줄이는 등 개인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일자리와 경제가 탄소중립이라는 전환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린 만큼 탄소중립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자는 이를 계속 강조하며,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위기에 처한 한국 농업
'식량위기 대한민국'에서는 위기에 처한 한국 농업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농가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영세 소농 중심의 생산구조, 기후변화 대응 미비, 농촌 소멸 우려,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 등입니다. 현재 국내 식량자급률은 2019년 기준 45.8%입니다.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며, 일본(22.6%)보다도 훨씬 낮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그동안 쌀 중심의 자급기반 유지 및 확대 정책 추진 등 구조적 문제뿐만 아니라 기상 이변 심화, 해외 농축산물 수입 증가 등 외부 요인에서도 기인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향후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위해서는 기존의 공급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수요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밀,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경우 대부분 사료용으로 이용되고 있고, 식용곡물 소비량 대비 생산량 비중은 매우 낮은 실정입니다. 게다가 국민 1인당 연간 식품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가축 사육두수는 감소 추세여서 육류 수급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축산농가 소득 불안정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바이오에너지 원료 작물 재배면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연료 생산을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농지 전용은 오히려 환경 파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전체 농지 중 경지면적 1%, 농가인구 5% 미만, 생산성이 매우 낮은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입니다. 게다가 최근 10년간 농촌 인구 감소율은 7.5%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입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비축제도 강화, 비축물량 확대, 비상시 방출 시스템 구축 등 단기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투자 확대, 친환경농업 육성, 유휴농지 활용 제고 등 다양한 대안 모색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인구감소 시대에 대비해서 소규모 가족농 지원책을 강구함으로써 농가소득 안정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기업형 영농법인 설립 활성화 유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시장개방 압력에 적극 대처하면서 경쟁력을 높여야 하겠습니다.
중국은 자급률을 4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으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바이오에너지 개발 및 친환경 농산물 재배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등 세계 각국은 자국의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류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농업,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노력과 농민의 변화 즉,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협치 시스템을 구축해서 서로 소통하고 합의점을 도출해야 할 것입니다. 벼랑 끝에 몰린 우리 농업의 위기를 기후위기와 맞물려 설명한 이 책은 지금부터라도 민관 협력을 통한 지속가능한 농업 시스템 구축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