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미국인인 저자가 우리말로 쓴 환경에 관한 책입니다. 기후위기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곤 하는 사람들에게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환경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 기후위기에 대해 직접 말하고 행동하게끔 목소리를 내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전문성을 벗어난 논지로 기후위기의 현재를 논하지는 않습니다. 미국인인 그가 한국말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누구보다 대중적으로 풀어쓰고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일단 우리가 꿈꾸던 그런 은퇴, 그런 집은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바닷가 집을 짓고 올레길을 걸으며 바다를 보고... 이런 미래는 우리에게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가 나의 세대로 넘어왔음을 느끼게 하는 현실적인 문장입니다. 기후위기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푸른 초원 위에 집 짓고,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전원생활은 그저 꿈이거나 동화로만 남게 된다는 자각입니다. 어쩌면 온갖 기계장치에 둘러싸여 병원 한 곳을 내 삶의 영역으로 한정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책은 기후위기의 중대성과 우리가 반드시 지금 당장 환경보호를 실천해야 하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그러나 확실하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책인데 첫 장부터 "우리는 왜 이토록 열심히 일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합니다. 도대체 누가 시켜서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걸까. 돈? 명예? 아니면 그냥 좋아서? 이 책에서는 그런 삶을 사는 이유는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서 아니냐고 말합니다. 너무 당연해서 잊고 살게 되는 부분입니다.
이런 철학적 질문으로 시작해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행동하는 사람과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란 명제로 사회학적 의미까지 사고하게 합니다. 이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이런 친숙하지만 충격적인 도입으로 시작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이 얼마나 빠르게 파괴되고 있는지 알려주며, 동시에 어떻게 하면 지금이라도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 타일러 러쉬(Tyler Rasch)
미국 출신 방송인이자 환경운동가. JTBC '비정상회담'을 통해 8개 국어를 하는 언어 천재로 대중에게 인지되면서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방송인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환경에 관심을 두고 2016년부터 WWF(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도 아닌 내가 환경을 이야기하는 건, 누구라도 당장 말을 꺼내고 너나없이 당장 행동해야 할 만큼 지구의 상황이 절박해서이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그 작은 마음으로 용기를 낸다."
타일러가 얼마나 환경에 대해 많이 생각해 왔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호소하기 위해 얼마나 절박하게 책을 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저자는 모두가 완벽한 환경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그도 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임을 인식한 후에 몇 번 채식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다만 기억해야 할 점은 "깨어있고 그 방향으로 계속 가는 게 중요하다."라는 것입니다. 모두가 환경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때 기후위기는 조금이나마 더 늦춰질 것입니다.
왜 책 제목에 두 번째 지구를 언급했는지 저자의 주장을 따라 생각해 보면 간단한 답에 이르게 됩니다. 저자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실제로 사람 한 명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자동차 2대가 내뿜는 양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첫 번째 지구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새로운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경제문제와 녹색성장
저자는 환경 문제야말로 경제 문제라고 합니다. 기후위기는 부동산, 증시 등 경제 시스템을 무너뜨릴 가장 큰 리스크라는 것입니다. 세계경제포럼은 향후 10년간 인류에게 다가올 위험 요인으로 1위 기상이변, 2위 기후위기 대응 실패를 든 바 있습니다. WWF(세계자연기금)도 지금과 같이 자원을 소비할 경우 한국은 2050년까지 최소 100억 달러(약 12조 원)의 GDP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이에 따라 경제적 외부 효과를 외면한 채 가격을 산출하는 방식에 환경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역설하는 저자는 화석 연료 사용이 환경에 얼마만큼 큰 영향을 미칠지, 우리가 배출하는 일회용품이 인간에게 어떻게 돌아올지, 진짜 값을 외면한 가격이 우리에게 비싼 값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저자는 해결의 실마리로 '선택권'을 강조하는데, 환경을 기준으로 삼아 탄소 배출 저감을 실천하는 기업을 선택하고, 환경 문제를 외면하는 기업 제품은 불매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녹색성장을 말합니다. 이는 경제발전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친환경 기술 개발보다는 화석연료나 원자력 에너지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원을 이용해서 경제개발을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생에너지라고 해도 생산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발생하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이러한 방식으로는 결코 건강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역할을 말하지만 결국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과 국가의 책임을 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시스템적인 사고'를 보면 개인이 아무리 노력한들 기업이 수익성만을 생각하여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상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관련 제재를 내놓지 않는다면 기후위기는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소비자로서의 권리(돈)와 국민으로서의 권리(투표권)를 이용하여 그들에게 대처 방안을 강구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친환경제품을 쓰고 되도록 대중교통을 타고, 재활용을 철저히 하는 등의 실천행동 외에 좀 더 거시적인 사고를 갖게 하는 대목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상기후 현상, 앞으로 더 심해질 기상이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진 지구를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현재뿐입니다. 당장 실천하고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여기에서 태어났고, 지구를 누리며 살아왔으며 살아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지구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