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는 폭염으로 기후이상을 몸으로 느끼는 요즘입니다. 지구 온도의 상승이 실제 우리 삶과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기후변화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를 보면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이 책은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인류가 처할 다가오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인식하고 우리에게 행동의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
책의 제목으로는 기후변화와 경제가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지에 포커스를 맞춘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책 '기후변화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원제: The Great Disruption)'는 좀 더 포괄적입니다. 저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생태계의 변화가 세계경제와 사회를 무너뜨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환경이라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라는 관점으로 인간과 경제, 지구 생태계가 상호 의존적인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지구의 자원을 빠르게 소진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이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환경문제가 우리의 삶과 경제에 얼마나 광범위하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여러 사례와 보고서 내용 등을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끊임없는 '성장 지상주의'가 경제와 사회, 생태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성장 중독'으로 인한 양적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붕괴를 피하려면 인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경제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소비 지상주의가 성장을 이끌고 성장이 불평등을 조장한 결과 불평등이 다시 소비 지상주의를 견인하는 상황에서 사회가 평등성을 회복할 수 있다면 소비 지상주의는 위력을 잃고 그에 따라 성장이 주춤해지면 불평등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결국 새로운 경제는 양보다 삶의 질을 추구하고 전 세계의 부를 공평하게 재분배함으로써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폴 길딩(Paul Gilding)
캠브리지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연구로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그린피스 환경운동가인 그는 지속가능성과 기후변화가 비즈니스 전략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관한 권위자로 지구의 제한된 자원을 균형 있게 사용하기 위한 캠페인에 평생을 바쳐왔습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의 책임자,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여러 글로벌 기업들의 최고 고문, 혁신적 비정부 기구 및 사회적 기업의 대표 등 여러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이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폴 길딩은 항상 환경 문제와 비즈니스 현실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폴 길딩은 2005년 같은 제목 '대붕괴' 논문을 통해서 기후변화에 따른 자원의 한계와 생태계 변화가 세계 경제를 어떻게 파멸시키고 있는지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문제 제기를 시작했습니다. 2008년에는 기후변화 방치로 인한 극지방의 해빙 현상이나 극단적인 기상 이상 현상, 농작물 수확량 감소, 유가상승 등으로 야기된 생태계, 사회, 경제 분야에서의 연쇄 충격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어 세계적 차원의 비상사태가 수십 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후 2011년 "지구는 꽉 차 있다. 오늘날의 경제 및 사회 규모가 지나치게 비대해진 나머지 우리를 품어야 할 지구의 역량이 한계치를 넘어섰다"며 성장 중독의 세계 경제 시스템이 순식간에 붕괴할 수 있다는 '대각성'을 촉구했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1도 전쟁'
폴 길딩은 인류의 대붕괴를 막기 위한 대표적인 해결책으로 '성장의 한계(원제: Limits To Growth)'의 공동저자 요르겐 랜더스와 함께 고안한 '1도 전쟁'을 제시합니다. 지구의 연평균 기온 상승 폭을 1도 미만으로 통제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도가 넘지 않아야만 인류가 비교적 안전한 상태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합니다.
1도 전쟁의 1단계는 기후 전쟁(1~5년)으로, 5년 안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축하기 위한 세계적 수준의 동원령을 발효하는 것. 2단계는 기후 중화 단계(5~20년)로, 긴급 감축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년이 될 때까지 제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이며, 3단계는 기후 회복 단계(20~100년)로 기후를 안정화하고 세계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시기를 말합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온실가스를 마이너스로 배출하여 기후를 산업화 이전의 정상 수준으로 되돌려놓아야 하는데, 저자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방안도 중요하지만 산업화 이후 100년 이상 지구상에 갇혀 있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포집)하는 계획과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결국 저자는 기후 변화로 인한 세계 경제에 대한 위협, 인류에 대한 위협을 막기 위해서 '우리의 변화'가 필요함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지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우리이고, 책임의 주체라는 인식을 갖고 스스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마무리됩니다.
이 책은 희망과 결단력을 심어주는 동시에 시급한 도전을 인식하도록 촉구하는 필수적인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합니다. 긴박함과 낙관주의가 균형 있게 혼합된 이 책은 지금이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습니니다. 지구와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집단적 입장을 취하고 변화의 힘을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이는 결국, 세상을 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살 가치가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