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T 사용 금지를 불러온 책 “침묵의 봄”은 환경학의 고전이라 불립니다.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발생한 환경문제를 제기한 책으로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어리석음을 가장 적나라하고 자세하게 풀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장과 이념으로 정신없던 1960년대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많이들 알게 된 사실들과 함께 레이첼 카슨의 메시지를 풀어봅니다.
“침묵의 봄” 집필 배경과 레이첼 카슨
레이첼 카슨이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친구의 편지 한 통 때문이었습니다. 정부에서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숲에 DDT를 살포했는데 그로 인해 친구가 기르던 새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내용의 편지였습니다. 친구는 정부에 항의했지만 정부에서는 살충제의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레이첼 카슨은 살충제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고 DDT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실상을 공론화시키게 됩니다. 당시에는 산업구조가 농업에 많이 의존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레이첼 카슨이 뉴요커 지에 연재했던 내용을 한데 모아 이 책을 펴냈을 때 농약 제조업체 등의 비난과 모략은 극에 달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촉발한 환경오염 논쟁은 미국에서 1969년 국가환경정책법을 제정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전 세계적인 환경운동의 확산으로 이어집니다. 대기, 토양, 식물, 하천과 같은 지구 생태계는 물론 마지막에는 인간의 몸에 각종 살충제와 약품들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매우 꼼꼼하고 자세하게 기록한 그녀의 충격적인 저서에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세계는 큰 충격을 받았고, 그전까지 일상적으로 사용되던 약품들의 유해성에 대해 다시 조사 후 일부 제재의 사용을 금지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의 방출을 규제하도록 한 국제협약인 리우회담(1992년) 개최라는 성과까지 연결됩니다.
타임 지 선정 '20세기를 변화시킨 인물 100명'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 레이첼 카슨은 그전까지는 주목받는 학자는 아니었습니다. 자연에 대한 그녀의 인식을 담아 꾸준히 연구하고 책을 내며 해양생물학자이자 대중 과학 작가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녀의 글에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에 불과하며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은 오직 자연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을 뿐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그녀는 “침묵의 봄”으로 DDT 사용을 주장하는 농학자와 정부의 관행에 도전장을 던지고,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을 바꿀 것을 촉구했습니다. 갖은 협박과 공격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인간도 다른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자연계의 일부라는 사실을 주장합니다. 1963년 의회 증언에서는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와 같은 환경운동가들의 노력으로 현재는 많은 화학물질이 갖고 있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술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미친 사회적 파급력은 우리에게 생명의 아름다움과 고유성, 모든 생물을 보호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환경학의 고전, 구성과 내용
“침묵의 봄”은 과학에 기초한 기술이 불러온 환경오염의 가공할 결과를 대중에게 처음 강렬히 인식시킨 책입니다. 1장에서는 섬뜩하지만 선명하게 인간이 저지른 죄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자연과 생물의 말로가 쓰여 있습니다. 자연의 조화가 절묘한 아름다운 마을이 마치 저주의 마술에 걸린 듯 점차 생명을 잃어가다가 봄의 소리, 새들의 소리가 사라진 죽음의 공간으로 바뀌는 짤막한 우화입니다. 이후 2장부터 17장까지는 살충제와 농약이 새, 물고기, 야생동물, 인간에게 미치는 파괴적 결과를 4년간의 직접조사를 바탕으로 고발하고 있습니다.
2~3장에서는 살충제나 농약의 역사와 원래 용도, 그 위력 등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뿌리는 것만으로 많은 생물을 죽일 수 있음은 당연히 인간에게도 해를 주게 되어 있다는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충격적인 내용임은 틀림없습니다.
4~9장에 걸쳐서는 토양, 바다나 지하수, 벌레나 식물, 새 등의 생물을 대상으로 살충제나 농약의 피해가 자료들과 함께 제시됩니다. 흙으로부터 나무가 자라 잎을 떨어뜨려, 그것을 박테리아나 미생물 등이 먹고 배설한 것이 다시 흙이 되는 자연의 사이클 속에 살충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따라가 보게 됩니다. 살충제를 뿌린 나무는 썩고, 흙은 약물로 오염되어 박테리아와 미생물은 그 영향을 받아 사라지거나 약물의 잔류를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새나 물고기는 죽거나 생식 기능에 장애가 생긴 채 살아남습니다. 인간들은 그러한 희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물을 계속 뿌렸습니다. 자연 사이클이 무너지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해충을 막는 방법들에 대한 저자의 제시도 담겨 있습니다. 해충을 먹는 벌레를 조사해 수입하는 방법, 해충에 기생해 그 해충을 죽이는 기생충을 찾아내 기생시키는 방법, 또 병원균에 감염된 나무를 태우는 것 등입니다. 물고기는 죽고, 농작물은 오염되어 벌레의 천적인 새까지 죽어, 없애려던 벌레는 저항력을 붙여 증식하게 되었습니다. 살충제를 사용한 대지는 메말라가고, 새나 개, 고양이는 숨을 멈추고, 살아남은 생물도 번식하지 못하고 죽어갑니다. 하천이나 바다, 지하수로부터 바다로 흘러들어온 약물이 원인이니 물고기가 대량으로 죽고 살아남은 물고기 또한 약물에 삼켜진 채입니다. 이후의 장에서는 인간의 어리석음이나 자연에 미치는 피해, 향후의 과제 등이 생생하게 쓰여 있습니다.
현재에도 유효한 메시지
대부분의 국가에서 DDT는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아직도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일부 국가에서는 싸고 편리하다는 미명 아래 생태계를 괴멸시키는 약품이 뿌려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만 해도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어야 했고,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한동안 계란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당장은 그 독성을 확인하기 어렵기에, 우리는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화학약품과 독성 물질이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었습니다. 자신의 터전을 위해 다른 동물의 터전을 훼손하고, 필요한 것 이상으로 훼손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혹은 보기 싫다는 이유로, 즐거움을 위해서 이유도 없이 다른 종을 없애는 데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책을 느끼지 못한 건 잘 몰라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무 한 그루를 베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날지, 살충제를 뿌렸을 때 그게 어떤 결과로 이어지며 종래에는 인간에게 어떤 심각한 영향을 줄지 말입니다.
레이첼 카슨은 이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DDT 같은 살충제를 비롯한 화학물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려주었고, 환경운동에 참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후의 꾸준한 환경운동은 무지한 사람들을 깨우치도록 해주었고, 정부를 바꾸고, 법률을 바꾸게 했습니다. “침묵의 봄”은 인류의 환경 역사를 바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닌 책입니다.